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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한국에서 평화 교육 진영의 새 흐름과 방향
번호   4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1-02 조회수   19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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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서 평화 교육 진영의 새 흐름과 방향

박성용/ 비폭력평화물결 대표


며칠 전인 9월 21일 UN 세계 평화의 날에 회복적정의네트워크가 주최하여 우이동 봉도수련원에서 1박 2일로 <회복적 실천가들의 소통과 비전 세우기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참여한 30여 명은 네트워크 각 단체의 실무자들로서 광명교육연대, 비폭력평화물결, 삶을 변혁시키는 평화훈련(AVP), 평화여성회 부설 갈등해결센터, 한국비폭력대화센터, 한국평화교육훈련원, 회복적 서클 모임 등에 소속된 실천가들이었고, 이들은 각 평화 훈련 모델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 모임은 갈등 해결, 비폭력 평화 훈련, 회복적 정의 등 평화 교육 진영의 새로운 흐름을 단면적으로 보여주었다는 특징이 있었고, 또한 이제는 그들이 단순히 그 모델을 배우는 정도가 아니라 실천가로서 각 모델을 뿌리고 현장에 전수하는 진행자로서 그 입장이 바뀌어 있어서, 지금의 평화 교육/훈련 진영이 이제는 나무로 비유하자면 씨앗을 넘어 어린 묘목으로 충분히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2000년 9.11 사태와 2003년 이라크 전을 필두로 해서 급속히 성장한 지구적 시민 평화 운동과 맥락을 같이해서 급속히 자발적으로 일어선 국내 평화 운동 가운데 특히 평화 교육/훈련 영역의 성장은 소문 없이 급성장하였다. 작년 12월 대구 여중생 자살 사건 보도 이후 ‘청소년폭력’ ‘학교 폭력’이 화두가 되면서 평화 교육 단체들은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학교에서 교육 요청이 많아져 모두가 바빠졌고, 사무실에 앉아 있을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제는 소개에 대한 임계점을 넘어 여기저기서 각 단체의 웹사이트를 보고 교육 문의 전화가 꾸준히 늘어가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수요에 대응하여 지난 수년간 “평화교육네트워크”, “회복적정의 네트워크” 등을 통하여 교육 단체 실무자와 활동가 간 연대 체계가 형성되어 있고, 이들의 역할을 통해 각 상이한 모델들의 결합과 협조가 이루어져 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난 봉도수련원에서 보낸 1박2일 워크숍에서 이뤄진 상견례였다. 서로를 알고 서로로부터 배우며 비전을 나누는 관심을 서로 확인하면서, 자기 배움과 사회 변혁에 대한 전략과 꿈을 꾸는 따스하고 격려하는 신뢰의 자리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필자는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평화 교육/훈련 모델들이 무엇이 있는지 여기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서 소개할 모델들은 그 교육적 도구(tools)와 학습 형태와 과정은 다를지라도, 매우 유사한 공통된 인간 인식과 태도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인간과 존재의 근본 토대로서 개인의 거룩함과 상호 의존성, 타자에 대한 존중, 배려와 사랑에 기초한 인식, 신뢰의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한 확신, 그리고 진리를 파악하는 수단으로서 대화의 중요성이다. 이들 모델은 갈등을 피해야 할 하나의 문제(a problem)로 보지 않고 참다운 관계의 재설정과 배움을 위한 하나의 기회(a chance)로 인식한다. 초점은 ‘승/패’의 결과 도출이 아닌 ‘승/승’의 해결 방식, 다른 말로 하자면 상대의 선(善)을 이끌어 내는 방식에 있다.

아래 소개하는 모델들은 시민사회 진영에서 출발하여 점차 한국 교사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주목을 받고 있는 모델이다. 한국에서 그 역사는 몇 년에 불과하지만, 참여해서 경험한 교사들의 질적 평가는 참여자들 자신으로부터 매우 고무적인 반응과 만족도를 얻고 있다. 그리고 이 모델들이 지닌 내적 가치와 상상력은 교육계 진영에 아직도 발전시켜야 할 잠재성과 보화에 해당하는 것들이며, 그 기여의 에너지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것들로써 이미 해외 수많은 나라에서 문화와 인종, 선진국과 제 3세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현장 적응력이 강한 모델들이다.


1. 비폭력 의사소통 모델
― 한국비폭력대화센터, 비폭력평화물결, 광명교육연대

한국에 소개된 비폭력 의사소통의 두 주요 모델은 토머스 고든(Thomas Gordon)의 "교사 역할 훈련(TET; Teacher's Effective Training)"과 마셜 로젠버그(Marshall Rosenberg)의 "비폭력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다. 전자는 GTI 코리아(미국 Gordon Training International의 한국 라이센스 업체)가, 그리고 후자는 한국비폭력대화센터(캐서린 한 소장)가 도입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 두 비폭력 의사소통의 모델은 국제적으로 가장 정평 있고 효과가 있는 모델로써 서로 매우 많은 공통 영역을 갖고 있다. 적극적 듣기와 나-메시지 전달법을 근간으로, 느낌이라는 정서적 지성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과 협력적인 승승의 문제 해결 방법을 비폭력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구현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 TET와 NVC는 학교와 시민사회 현장에서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그 실천가들 사이에서 보고되어 있고, 삶의 관계 영역 어디에든 적용할 수 있는 효과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NVC 실천가로서 필자는 이것이 단순히 갈등 해결의 방식을 넘어서 감정과 욕구에 근거하여 진실해지기, 내면 돌보기, 적 이미지(the enemy image) 과정의 해체, 화해와 치유 등 일상에서의 영성 수련의 경지를 맛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2. 회복적 정의에 근거한 갈등 해결/조정 모델

(1) 조정자(피해자-가해자 대화 모임) 모델
― 평화여성회 부설 갈등해결센터, 한국평화훈련원, 광명교육연대

이는 1974년 캐나다의 사법부에서 시행한 역사적 평화 교회의 하나인 메노나이트의 조정 사례를 통하여 발전한 '피해자 가해자 화해 모임(VORM; Victim-Offender Reconciliation Meeting)이 한국에 전수된 모델로써, 2000년대 초 미국 종교친우회(AFSC)의 펀드로 수년간의 국내외 연수교육을 통해 주로 평화여성회 부설 갈등해결센터와 메노나이트 계 한국평화훈련원에 의하여 한국형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델이다. 이는 강제, 구금, 처벌의 방식 대신에 화해와 치유, 그리고 관계의 개선과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회복적 정의'의 대표적인 모델로 국제 사회에 알려져 있다.

최근 몇 년간 서울가정법원과 파트너쉽을 통해 화해 권고 조정의 사례 경험을 쌓았다. 이를 통하여 서로가 감정이 격할 대로 격해진 상태로 법원에 오기 전에 일선 경찰, 아니, 학교 현장에서 촉발된 처음 갈등 상황에서 조정 개입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현재는 이를 위해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정자 양성 훈련과 갈등의 1차 목격자인 청소년을 위해 '또래 조정' 과정을 새로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다.

(2) 회복적 서클(Restorative Circle) 모델
― 광명교육연대, 비폭력평화물결, 좋은 교사, 한국비폭력대화센터, 한국회복적서클

1990년대 중반에 도미닉 바터(Dominic Barter)는 리오 데 자네로의 언덕에 위치한 공동체에 사는 파벨라 현주민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그것이 고대의 실천(갈등 아래에 놓여 있는 역동성에 참여함으로써 이뤄가는 공동체의 자기 돌봄)에 대한 새로운 여정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 모델이라는 선구자적인 연구에 힘입어서, 말로 전해지고 후에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라는 사회적 운동에 속한 회복적 실천으로 인식된 이것은 학교와 정부의 주목을 받기까지 공동체 수준에서 퍼지고 발전되어 왔고, 2004년에서야 정부, 연방 사법부와 UNDP(유엔개발계획)에서도 주목하게 되었다.

서클에서는 경찰관, 학부모, 교사, 사춘기 청소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하면 아무런 딱지가 없다. 오직 인간으로서 그 서클에 ―자발적으로 개인적인 능력으로― 들어가고, 일어난 것에 대한 자신들의 참여에 책임을 지고, 다음에 일어날 것을 공동으로 창조한다는 명확한 의도를 지니고 서클 속으로 들어간다. 서클에서는 서로에게 지배적인 권위를 주는 아무런 사회적 역할이 없이 매우 다른 대화 과정이 발생할 수 있다. 단어들은 의미를 되돌려 받는다. 대화는 변혁시키는 과정으로써 드러나게 된다.

한국에서는 한국비폭력대화센터와 비폭력평화물결이 해외 진행자들을 작년 12월에 초대하여 워크숍을 열었다. 회복적 서클의 가치(상호 이해, 관계의 회복, 그리고 공동체의 복원)와 그 적용 능력을 보자면, 이 모델이 학교와 공동체의 갈등 상황에 가장 적합한 모델로 참여자들에게 확신이 생기면서, 다른 모델에 비해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다. 자체적으로 “한국 회복적 서클” 모임이 만들어지고, 그 효과를 직접 경험하면서 교원 단체인 ‘좋은 교사’에서는 자체 연구회를 만들고 학교에 전파하기 위한 워크숍까지 진행하였다. 덕양중학교가 최초로 학교 차원에서 그 모델을 수용을 하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고, 여러 학교들과 전수 교육을 받은 교사들이 여기에 호감을 갖고 있는 중이다. 광명에서도 one-stop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여 행위자와 당사자, 그리고 그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한번에 서클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 공동체적 접근 모델’을 시스템화하고 있다. 해외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85% 사례 성공률을 보이고 있으며, 회복적 서클 관련 진행자들은 단체와 개인을 막론하고 ‘한국 회복적 서클’ 모임에서 자생적으로 배움과 돌봄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양성 훈련과 학교 파견의 의사 결정을 진행하고 있다.

3. 비폭력 평화를 위한 원형수업 모델
― 비폭력평화물결, 광명교육연대

폭력에 관련된 가해 청소년들이 회복적 성장과 변화를 맛보기 위해서는, 지금 이뤄지고 있는 처벌과 구금 그리고 강제와 배제의 직접 혹은 간접 체벌의 방식은 책임을 위한 기회보다 장벽을 창조하므로 도움이 되기 어렵다. 이들이 자신의 삶에 책임지기를 원한다면, 건강한 관계와 안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존경, 돌봄, 신뢰와 겸손을 구비한 회복적 환경을 통해서야 수치나 두려움 없이 책임과 치유를 증진시킬 수 있게 된다. 가해자가 스스로 떠맡아야 할 책임은 또한 개인적 치유 없이는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내적인 동력을 갖지 못한다.

이런 회복적 훈육의 가치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1975년 뉴욕의 그린헤븐 교도소에서는 청소년 재소자의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위해 퀘이커 싱크탱크와 제휴하여 모델을 만들었는데, 그 완성된 모델이 바로 '삶을 변혁시키는 새로운 평화 훈련(AVP; Alternatives to Violence Project)'이다. 이는 재소자에서 출발한 모델이지만 폭력이 있는 공동체와 학교 영역에 똑같은 효과를 지니면서 전 세계에 퍼져나갔고, 최근에 한국이 도입함으로써 모두 52개 국가에서 실시 중이다. 그리고 이것의 자매 프로그램으로써 80년대 말 뉴욕의 한 학교가 처음 적용하여 미국 여러 주의 학교와 해외 학교에 소개되고 있는 모델이 바로 '어린이·청소년 평화지킴이(HIPP; Help Increase Peace Program)'인 것이다.

현재 이 두 모델은 비폭력평화물결이라는 필자의 단체에서 한국에 소개하였다. AVP는 독일 진행자들에 의해 지난 3년간 입문, 심화, 진행자 훈련 과정을 모두 마치고 작년부터 '한국AVP 활동가 모임'을 따로 구성하여 자체적인 훈련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HIPP는 경기도 일원 및 광명교육연대와 연대하여 광명 영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들, 그리고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고, 진행자 양성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 AVP와 HIPP 모델의 근본 가정은, 첫째는 모든 인간 상호 작용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갈등은 파괴적일 필요가 없고 대신에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을 촉진할 수 있으며, 둘째는 사회 불의는 수많은 폭력적인 갈등의 그 뿌리로부터 보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셋째는 우리의 내면과 관계 속에서 폭력을 전환하는 비폭력적인 '변혁적 힘'이 그 원리이며, 그 역동적 힘이 존재하며 이는 배울 수 있다는 신념이다.


4. 교사의 에너지 충전과 자기 성장을 위한 모델

1) 마음비추기 피정
― 교육센터 “마음의 씨앗”

마음비추기 피정은 전 세계, 그리고 한국에 『가르칠 수 있는 용기』와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등의 책으로 소개된 퀘이커 교육 사상가인 파커 파머(Parker Palmer)가 만든 퀘이커 평화 전통에 기반을 하는 모델이다. 종교적 배경 없이 일반 교사들에게 적용하는 모델로서 1990년대 중반부터 CTT(Courage to Teach)라는 모델로 소개되어 왔다. CTT는 미국 내 공교육 교사들이 개인적, 직업적으로 새로워지기 위해 분기별(계절별)로 세워진 피정 프로그램이다. 사회의 건강성이 교육에 종사하는 이들의 건강성에 달려 있음을 인식하고, 이들의 내면적 삶을 새롭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에 초점을 둔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경청과 깊은 연결의 분위기를 통해 존재에 대한 통찰과 참여자와의 신뢰를 형성하여, 그들이 현장으로 되돌아가 공교육의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는 대안 교육을 주창하는 실천 교육자들에 의해 5년 전에 도입되어 “마음비추기 피정(Gardening People's Heart)”이라는 모델로 소개되고 있다. 이 모델은 전적으로 교사의 내적 영혼을 돌보고 지치고 무기력한 상태의 교사들을 재충전하고,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통찰을 통해 그들의 비전을 회복시키기 위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교사들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참여하고픈 욕구가 있어 ‘마음비추기 피정’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 모델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인생을 4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미지에 맞추어 1년에 4회 모여서 각 계절의 메타포와 인생의 의미를 연결하며, 침묵, 선택된 시(존재의 의미를 통찰하게 하는 시) 묵상, 짝과 전체와의 성찰 나눔 등으로 개인의 내면에 깊이 들어가게 하는 방식으로 워크숍이 진행된다. 이 모델은 속도를 늦추고 살아있음과 회복의 시간을 즐기게 하고, 개인의 내면에 있는 신성한 빛(divine light) 혹은 내면의 스승(inner teacher), 관계와 상호 의존성을 통한 배움, 침묵의 중요성, 신뢰를 향한 공동체의 의지 등을 철학으로 지니고 있다.
이 모델은 우리의 사회적 '역할'과 내면의 '영혼' 간의 괴리를 연결시켜 의미, 목적, 소명, 봉사에 대한 내적 탐구를 하도록 돕기 위하여, 그리고 더욱 내면으로 들어가 바깥세상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피정'이란 이름으로 워크숍이 진행된다.

2) “갈등의 폭풍우 속에서 중심 세우기” 모델
― 비폭력평화물결

이 모델은 파커 파머의 배움에 대한 성찰,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 그리고 피터 셍게(Peter Senge)와 오토 샤머(Otto Scharmer)의 학습 조직(learning organization) 이론을 비폭력평화물결이 하나로 종합한 통합형 훈련 모델이다. 특히 이 모델은 이제껏 교육자를 대상으로 해 온 훈련 내용이 주로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에 치우쳐서 ‘누구’의 문제를 간과하였다는 파커 파머의 문제 인식과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 ‘중심 세우기’ 모델은 폭력과 혼란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돌보고 갈등 당사자들을 도울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실습 적용하는 모델로써, 나-너-우리의 중심 세우기로 통합하였다. 필자가 개발한 이 모델은 갈등 현장에서 자신의 내면을 돌보고 갈등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과 평화공동체의 구축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원주 대안학교 교사 워크숍과 제주 강정마을 평화지킴이 워크숍을 통해 소개하였다.

특히 퀘이커 교육 사상가인 파커 파머와 현대 평화학의 아버지인 요한 갈퉁이 제시하는 '뫼비우스 고리' 법칙에 대한 이해가 모델에 깊이 녹아났다. 일반적으로 매듭이 평면상에 펼쳐져 있을 때 그것의 안과 밖은 만나지 않고 서로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뫼비우스 고리로 연결되어 있을 때 안은 밖을 만나며, 밖으로 '멀리' 갈수록 안으로 '깊이' 들어오게 된다. 안은 밖을 품고 밖은 안을 강화한다. 타자에게로 다가감은 새로운 깊이의 '초월'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 초월의 경험은 실천에 있어서 배움을 주고 실천에 대한 계획에 에너지를 주게 된다. 행동이 영성 수련이 되고, 그 행동에서 동기 부여와 힘을 새롭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배움-행동’의 이분법을 지양하고 갈등 과정에서 ‘행동 가능한 지식(actionable knowledge)’을 갖는 역동적 배움, 곧 지식을 갖고 행동으로 가는 방식을 넘어 행동과 참여가 자기 성장과 배움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긍정적 피드백이 항상 일어나도록 돕는 데 초점이 있다.

이를 통해 ‘존재-인식-행동’의 작동 법칙에 대한 지도(map)를 구상하게 되었고, 갈등, 폭력, 혼돈, 어둠도 신성한 길을 걷는 중요한 방식이자 삶의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되고 ‘적’이 진실에 대한 통찰과 배움 및 성장을 주는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작동 원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작동 원리들은 ‘누구’ ‘무엇을’ ‘어떻게’의 커리큘럼에 접목하면서 ‘갈등과 폭력의 폭풍우 속을 과감하게 들어가는’ 동기와 사회적 적용 도구(tools)가 하나씩 통합된 운영 체제로 만들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갈등과 다툼 그리고 혼란의 장소인 일터, 학교는 에너지를 소진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갱생과 충전의 장소로, 일터가 (종교적으로 말하면) 수도원으로 바뀔 수 있다.

5. “사회·감정적 배움(SEL)” 모델
― 비폭력평화물결

이 모델은 현재 비폭력평화물결이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평화 교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2010년부터 “사회적?감정적 배움(SEL;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에 주목해 오면서 시작되었다. 관련된 원서들을 독해함으로써 그 이론과 모델들을 파악하고, 금년 가을부터는 직접 커리큘럼 작업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델이다.

SEL의 학문적 배경은 현대에서는 가드너(Gardner), 골먼(Goleman)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제는 "감정적 지성" 그리고 "감정적 배움"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변천되어 확산되었다. 여기에는 좀 더 약간 멀리 올라가면 존 듀이, 펠렉스 아들러, 그리고 마리아 몬테소리에 의해 지난 세기 초 교실에서 제안되고 실행되었다. 진보적인 교육에 대한 이들 개척자들은 곧 안나 프로이드(프로이드의 딸, 그녀는 처음에는 교사였다), 루돌프 슈타이너, 그리고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다른 점증하는 학생과 교사들이 합류함으로써, 이들 모두가 어린이의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경험에 대해 좀 더 적합한 교육적 커리큘럼을 만들려고 시도한 것이다.

SEL 능력을 증진하는 교육의 핵심은, 한편으로는 자기-성찰적인 능력과 다른 한편으로는 타인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인식하는 능력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삶의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양상들을 이해하고 다루며 표현하는 데 근본적인 터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1) 이들 능력의 개발을 촉진시키고자 노력한 교육적 활동과 관점들; 그리고 (2) 어떤 요소들이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발달과 상호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럼으로써 특정한 심리 교육적 개입이나 심지어 심리학적이거나 심리 치료적인 조처를 요구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지난 1년 반 동안 SEL 연구 모임을 통해 참석자들은 SEL의 가능성과 그 잠재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고, 이를 기존 학교, 방과 후 학교, 지역아동센터 혹은 교회나 종교 기관의 청소년 교육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모델은 80년대 이후 뉴욕시의 공립학교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알려진 RCCP(Resolving Conflict Creatively Program)이다. 이 RCCP는 현재 미국 전역 500개 이상의 학교에서 15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으로써, Educators for Social Responsibility(ESR)라는 교육자 단체에 의해 실행되어 온 SEL의 구체적인 모델이다. 여기에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평화로운 학교와 평화로운 교실을 구축하는 실제 모델들에 대한 소개와 성공 스토리들 모델에 사용된 평화 수업 주제들이 소개되어 있다. 평화로운 교실에 대한 6가지 주제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바로 협동, 돌봄의 공동체, 다양성 존중, 적절한 감정 표현, 책임 있는 결정, 그리고 갈등 해결이다.

한국에서 이 SEL 연구 모임은 현재 방과 후 학교 도우미, 청소년학교 수업 강사, 젊은 목회자, 평화 훈련가, 갈등 해결 진행자, 해외 평화캠프 인도자, 기독교 교육학 전공자 등이 참여자로 있고, 매월 2회 격주로 월요일에 모이고 있다. 하반기에는 SEL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기획과 내용을 더 검토할 예정이며, 추후 6가지 각각의 주제들에 대한 심화 실습을 예정하고 있다.


평화 교육/훈련 모델들이 지닌 기여와 직면한 도전들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앞에서 진술한 평화 교육 모델들은 그 효과가 해외에서 이미 탁월하다고 증험된 것들이고, 아직 연구 중인 SEL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도 이미 교육 현장에서 그리고 시민사회 진영에서 기대하는 바에 관해서는 똑같은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가해자 대화 모임, 삶을 변혁시키는 평화훈련(AVP), 청소년평화지킴이(HIPP), 회복적 서클 등은 갈등 당사자들의 3/4 이상이 만족도나 갈등 해결의 결과들을 해외 보고서뿐만 아니라 이제는 국내에서도 진행자들에게서 보고 받고 있다. HIPP의 경우 학교 짱, 왕따, 수업 능력 부진의 요인인 학습 동기와 관계 능력 부여에 있어 그 적용 가능성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이 모델들의 공급 주체들이 자발적인 작은 NGO 단체들이나 자발적인 훈련과 돌봄의 실천가 모임들이어서 그 역량이 한계가 있고, 적용 영역에 있어서 그 단체들이 있는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교가 평화 수업을 의뢰할 때 생긴 한 에피소드를 예로 들자면, 처음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광명의 가림중학교, 구리의 교문중학교에 들어갔던 경우인데, 한 학년이 벌써 8~9개 반이 되니까 1학년과 2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평화 수업을 한다는 게 한두 단체의 역량으로 역부족인 상황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7~8개 평화 교육 단체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하였던 것이다. 사실상 수도권에서 평화 교육을 하는 단체 수가 또한 그만큼 한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미 갈등 해결이나 평화 교육에 대한 인지도는 아주 노력하여 소개해야 하는 임계점을 넘어 여러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혹은 개별 교사들의 추천으로 수많은 단발성의 평화 교육 의뢰가 들어오고 있고, 일주일 혹은 한 학기 수업 의뢰에도 다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역량에 넘어서는 현실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평화 교육 활동가들은 이제 이렇게 단발성의 기여보다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학교 현장과 중장기적인 공동의 협력적인 네트워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서 간단히 두 가지 주요 과제를 확인하고자 한다.

첫째, 폭력과 갈등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다. 처벌과 강제, 그리고 고통의 방식으로 ‘문제아’를 선별하고 교정하는, 말하자면 경찰과 검찰의 논리에 따르는 ‘응보형 정의 실현’의 방식을 넘어서서, 이제는 실수와 잘못을 스스로 수정하고 손상과 관련된 당사자들과 그 공동체가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의거해 책임을 이행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학습 공동체를 복구하는 ‘회복적 실천’의 패러다임이 정착되어야 한다.
둘째, 핵심 역량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다. 수요는 많지만 각 모델 진행자가 절대적으로 모자라고 있다. 완성된 것을 가져가려는 사람은 많아도 함께 연구하고 가꿔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각 모델에 대한 관심을 지닌 거점 학교들의 현장과 지역의 교육 단체, 그리고 각 모델 공급의 교육 단체들 간에 파트너쉽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지역별 상호 배움과 돌봄의 실습 커뮤니티들(거점 지역들)이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 필요하다.

평화 활동가들에게는 요즘의 학교 폭력이나 각종 구조적 폭력이 가해지는 현실의 홍수 앞에서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소명과 헌신, 그리고 연대로의 부름을 듣고 있다. 이런 도전 앞에 좌절과 무기력을 넘어서 새로운 비전과 협력을 향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비폭력과 평화에 대한 가르침과 그 적용에 관한 헌신을 요청받고 있다는 자각이 각자의 시간과 열정을 다시 부어야 할 무제약적 소명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평화에 대한 배움과 그 적용은 진리와 사랑/자비의 무제약적 행위에 근거한다. 사랑하는 존재로, 그리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가해자든 피해자든, 적이든 이념적 타자든― 사랑을 배우고 가르치는 이 신성한 사명 앞에 우리가 서 있다.

2012-10-12 (금)